
마리오 영화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정말 그럴까요? 1편을 재미있게 보고 2편 개봉 소식을 들은 순간 바로 극장에 달려갔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0년대 마리오 게임을 잡았던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습니다.
30년 게임 역사가 한 편에 — 이스터에그의 배경
슈퍼마리오 갤럭시 영화가 이전 작품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세계관의 범위입니다. 1편이 현실 세계와 마리오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며 입문자를 배려했다면, 2편은 게임 내 세계관만을 무대로 삼습니다. 덕분에 마리오 세계관의 IP(지식재산권)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고, 영화 곳곳에 수십 개의 이스터에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여기서 이스터에그(Easter egg)란 콘텐츠 제작자가 작품 속에 몰래 숨겨놓은 팬들을 위한 비밀 메시지나 요소를 의미합니다.
게임 역사를 아는 팬이라면 화면 구석구석에서 계속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극장에서 유독 피식 웃은 순간이 있었는데, 피크민이 까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마리오와 직접적으로 연관도 없는 닌텐도의 다른 캐릭터가 불쑥 튀어나오니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다가 혼자 반응한 거죠. 이런 크로스 IP(Cross IP) 활용, 즉 서로 다른 게임 브랜드의 캐릭터를 하나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방식은 팬들의 충성도를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2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이스터에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쿠파 주니어가 실시간으로 맵을 만들며 마리오와 피치가 플레이하는 연출 — 슈퍼마리오 메이커에 대한 오마주
- 카지노 맵 전체를 채운 도키도키 패닉과 슈퍼마리오 브라더스2 캐릭터들
- 성 꼭대기에 요시가 앉아있는 장면 — 슈퍼마리오 64에서 별 120개를 다 모아야 볼 수 있었던 숨겨진 장면 재현
- 엔딩 쿠키에 등장하는 데이지와, 그 복선으로 중반에 심어둔 베이지 꽃
게임을 진득하게 해봤던 사람만 포착할 수 있는 요소들이 이 정도니, 실제로 숫자를 세면 훨씬 더 많습니다. 닌텐도의 게임 제작 이력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영화 한 편 안에 그 역사를 욱여넣은 것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로젤리나라는 캐릭터가 특별한 이유
일반적으로 마리오 시리즈는 서사가 단순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주가 납치되고, 마리오가 구한다.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파고들어보면 꽤 다른 면이 있습니다. 특히 로젤리나라는 캐릭터가 그 변곡점입니다.
로젤리나는 2007년 출시된 슈퍼마리오 갤럭시 게임에 처음 등장했으며, 단순한 조력자 NPC(Non-Playable Character, 즉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게임 속 인물)가 아니라 치코들의 어머니로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녀를 탄생시킨 건 현재 닌텐도의 이사로 재직 중인 게임 개발자 고이즈미 요시야키입니다. 복잡한 스토리보다 단순한 게임성을 중요시했던 미야모토 시게루의 방향과 정반대였기에, 그는 업무 외 시간을 쪼개 직접 그림책 형태로 세계관 원고를 작성했고 이를 게임에 반영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슈퍼마리오 갤럭시였고, 영화에서도 그림책을 등장시킨 건 고이즈미에 대한 헌사적 장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속 치코들의 설정도 단순히 귀여운 마스코트 수준이 아닙니다. 치코들이 블랙홀에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구하는 갤럭시 엔딩은 죽음을 소멸이 아닌 우주적 순환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담고 있는데, 이는 윤회 사상이나 칼 세이건의 우주론과도 연결됩니다. 닌텐도 역사상 이 정도 철학적 요소를 마리오 타이틀에 넣은 건 갤럭시가 처음이었고, 이 도전이 성공하면서 갤럭시는 게임 비평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게임 전문 미디어 메타크리틱(Metacritic) 기준 슈퍼마리오 갤럭시는 출시 당시 97점이라는 압도적인 메타 점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평점 게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출처: Metacritic).
이번 영화에서 로젤리나가 피치의 자매라는 설정이 새로 추가된 건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의문도 생겼습니다. 수십 년간 마리오를 즐겼던 팬들도 몰랐던 설정이니 당연한 반응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 자체보다, 고이즈미가 혼자 밤새워 작성한 원고에서 시작된 캐릭터가 영화 스크린까지 올라왔다는 점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4DX로 검증한 몰입감 — 관람 방식에 따른 체험 차이
마리오 영화는 4DX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소개팅을 겸해 4DX 관람을 택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상대방이 재미없다고 할까봐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후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4DX가 생동감을 더해줘서 몰입도가 훨씬 좋았고 다음에도 이런 영화는 4DX로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4DX(Four Dimensional Experience)란 영상과 음향에 더해 좌석 진동, 바람, 물 분사, 향기 등 물리적 체험 요소를 결합한 상영 방식입니다. 마리오 영화처럼 빠른 속도감과 다양한 배경 전환이 많은 콘텐츠에서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특히 요시가 뛰어다니는 장면이나 우주를 날아가는 장면처럼 움직임이 많은 구간에서 좌석이 같이 반응하니, 평면 스크린으로 볼 때와는 분명히 다른 경험이 됩니다.
CGV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마리오 1편은 4DX 상영관의 예매율이 일반 상영관 대비 유독 높았던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출처: CGV). 이번 2편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영화 내용 자체는 앞서 언급했듯이 공주 납치와 구출이라는 마리오의 근본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처음 마리오를 접하는 분들에게는 서사가 얇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쿠파 주니어가 게임 맵을 직접 만드는 메타 연출이나, 황금 물음표 상자를 쳐서 아이템을 꺼내는 장면처럼 게임 문법을 영화 언어로 번역하는 순간들이 그 공백을 채웠습니다. 이 영화는 완성도 높은 서사극이라기보다 닌텐도 30년의 게임 역사를 스크린에 소환하는 체험형 콘텐츠에 가깝고, 그 목적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라고 봅니다.
2편까지 보고 나니 3편에서 어떤 게임 타이틀이 배경이 될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엔딩 쿠키에서 등장한 데이지와 루이지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기대 포인트입니다. 아직 1편을 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순서대로 보시길 권합니다. 2편은 1편을 알고 봐야 더 많은 게 보입니다.